최근 수년간 신탁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통한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 사업의 리스크 관리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건설업계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옮겨붙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 부실’ 뇌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본지 2024년 6월24일자 A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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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뇌관 '책준형 신탁' 리스크 관리 강화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사업 내실화를 위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규정 변경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책준형 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탁사가 일종의 연대보증을 서는 신탁 상품을 뜻한다. 신탁사가 대주단에 ‘약속한 일정 내에 사업장이 완공될 것’이라고 확약을 제공하는 형태다. 사업장이 제때 준공되지 않으면 신탁사가 대주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당국은 신탁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과정에서 책준형 신탁의 반영도를 기존 대비 확 높이기로 했다. 기존 위험액 기준에서 빠진 책준+차입형 신탁(혼합형 신탁)을 위험액 산정 요소에 추가한다. 책준형 신탁 사업 규모의 15%만을 신용위험액에 반영하는 기존 방식 대신 앞으로는 예상 대비 실제 공정률 간 격차, 시공사·신탁사의 책준 기한 경과 여부 등을 따져 사업장별로 차등 계산하게 한다. 공기가 늦어져 손해배상 가능성이 높아진 사업장은 신용위험액을 더 많이 반영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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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신탁사업 총량 규제도 도입한다.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위험액 한도를 새로 설정했다. 신탁사는 2027년 말까지 토지신탁 위험액 비중을 자기자본 대비 100%까지 내려야 한다.

이번 조치는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이들은 앞서 모회사의 높은 신용도를 앞세워 수수료가 높은 책준형 신탁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신한·KB·하나·우리 계열 신탁사의 영업수익은 2018~2022년 70% 급증했다. 한 부동산 신탁업체 관계자는 “신탁사들이 한동안 책준형 신탁 사업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차입형 신탁을 주력으로 밀던 비금융계열 기성 신탁사들이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지방 신규 주택·오피스텔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책준형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비중이 높았던 터라 자금줄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책준형 신탁 사업의 부실 우려가 늘면서 최근 한동안 신탁사들도 신규 사업 수주를 줄여왔다”며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공급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