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저가 항공사가 일반 대형 항공사에 비해 위험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들어 속시원하게 풀어보기로 했다. 그걸 생각함에 앞서 비행기가 정말 위험할까부터 객관적으로 보고자 한다.
그런 분들이 꽤 있겠지만 비행기 티켓팅을 할 때마다 안전한거지... 무사히 돌아오겠지... 라는 무언가 모를 살짝의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을거다. 매번 근거없는 두려움을 갖지 말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직시하고 여행갈 때마다 심리적으로 단단하게 잊을 것은 완전히 잊고 모든 에너지를 그 여행 자체에만 몰입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같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보자.
첫째, 항공기는 위험한 교통 수단인가.
무엇보다 조건을 일치시켜야 비교가 되니, 최소한 집 안에만 틀어앉아(방콕~) 있는 경우나 걸어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최소한 어떤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 또는 항공기를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할 때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자.
미국에서만 매일 2만 7000대의 비행기가 이륙한다. 10대 항공사만 보아도 매년 500만 회 이상의 비행을 한다. 비행기와 자동차의 안전에 관하여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목적지까지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사고가 나서 죽을 확률이 65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은 이렇다. 비행기가 자동차만큼 위험하려면, 9.11 같은 규모의 재난이 한 달에 한 번씩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 비행기 상식사전(패트릭 스미스)
그럼에도 큰 두려움을 더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2가지로 추정된다. 그 상황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과 한 번 사고가 나면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항공기의 사망사고 발생률은 40만~1000만 회당 1번에 불과하다. 반명 자동차는 5000회, 열차는 40만 회당 1번에 이른다. 사망자의 숫자도 항공기 사고는 지난해 876명(민간 여객기에 국한)이었지만 자동차 사고는 70만명에 달하고 있다.
-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2007)
기술의 발전으로 비행기 사고에서 인재(人災)의 비중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대부분 자동화되고 있어 1980년대 70% 수준에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50%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그리고 항공기 사고의 대표적인 특징은 이착률 11분(Critical Eleven Minutes, CEM)에 달려 있다. 사고의 80~90%가 이륙하거나 착륙하기 직전 발생한다는 점이다. 모든 항공사가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각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몇몇 항공사들은 사내에 별도의 CEM 팀을 운용, 집중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 의미 있는 개선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해본다.
아, 추가로 난기류(turbulence)로 인해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에는 너무 민감하지 말자. 최소한 이륙할 때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인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항공기는 땅에서 더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추가로 밖에서 번개 친다고 벼락 맞을까 하는 걱정도 기우다. 번개에 맞아도 기체 밖으로 전기가 흘러나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저가 혹은 저비용 항공사의 항공기는 대형 항공사의 항공기보다 위험할까.
※ 저비용 항공사(低費用 航空社, Low Cost Carrier : LCC)는 기내 서비스를 줄이거나 보유 항공기의 기종을 통일하여 유지 관리비를 줄이는 등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낮은 운임으로 운행하는 항공사 [출처:위키백과]
비행기의 크기는 비행기 사고 가능성과 아무 관계가 없다. 국내선 소형 비행기도 대형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정교하게 제작되면, 지난 10년 동안에 국내선 소형 비행기와 관련된 사고는 두 건에 불과하였으며, 수천 대의 소형 비행기가 매일 아무 사고 없이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비행기 상식사전(패트릭 스미스)
하지만 이 정도로 하는 이야기에 대부분 분들은 크게 안심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항공사의 크기보다 항공기의 기종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항공기의 노후화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항공기 자체의 노후화 정도가 아주 영향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대부분 문제가 있거나 노후화된 부품의 경우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모두 교체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척도는 '항공사의 안전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비행기의 상대적 안전도는 다시 항공사 자체의 안전도 평가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2개 사이트가 그런 항공사의 안전도에 대한 평가를 하고 순위를 매겨서 발표를 하고 있다.
JACDEC (Jet Airliner Crash Data Evaluation Centre)에서는 세계의 여객 항공사의 사고기록과 운항편수, 고객 서비스, 좌석 간 간격, 정시 출발, 사고, 기내식, 경유와 도착 지원 시스템 등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안전 지수(index)를 산출해서 순위를 만들어 매년 발표하고 있다. 다만 full list를 보여주지 않아(혹은 제가 찾지를 못해ㅜㅜ) 2번째 링크인 Airline Ratings을 통해 자신이 예약하는 항공사를 확인해본다면 항공사 차원의 관리 소홀 위험의 확률을 줄일 수 있을 수 있다. 안전한 항공사 20위 안의 항공사 중에서 이용해 본 항공사는 싱가포르 항공 밖에 없는 듯하다.(ㅋ)
Airline Ratings에서는 각각의 지수에 대한 확인과 Safety Rating 총점을 친숙한 별점으로 보여준다. 사실 AirAsia X의 평점을 알고 싶어 갔는데 생각보다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하게 별점 6개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면 모든 의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솔직히 그렇지 않다. 최근에 사고가 난 항공사가 한동안 사고가 없던 항공사보다 안전하다고 누가 완전하게 확신할 수 있을까. 차라리 최근에 시스템을 개선한 항공사가 더 안전해진 것은 아닐까. 혹은 사고가 없던 항공사가 항공횟수를 늘려가다가 결국 평균적 회귀 효과와 방심과 함께 어떤 임계치에 이르러 사고가 한번 터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마치 전쟁터에서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몸을 피하는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까. 비행기 사고는 그렇게 잦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큰 사고가 나면 항공사의 안전 지수는 급격히 떨어지게 되어 있고 오랜기간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시스템이 무척 안전하건 안전하지 않건 말이다.
물론 최근 사고가 너무 잦은 항공사를 거르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확률적으로 계산하기 힘든 변수를 가지고 있다. 계산하기 몹시 힘들다는 말은 다시 말해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흡사하다. 아니면 해도 별 효용이 높지 않다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비행기의 안전은 항공사와 승무원에게 믿고 맡기고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여행에만 집중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SULLY, 2016)'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실제 우리의 일상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사건이 발생한다. 냉정하게 보면 그 비행기에 탄 승객이 사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타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처럼 의미없는 말은 없다. 그 사건 자체도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9년 US에어웨이스 항공사 1549편이 이륙 2분만에 새들과 부딪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할 확률, 버드 스크라이크로 2개의 엔진이 모두 고장날 확률, 근처에 강이 있을 확률, 엔진 없이 강에 착륙을 시도할 만큼 뛰어난 기장을 만날 확률, 그 시도가 모든 승객을 구할 확률을 모두 계산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제가 밥을 사겠습니다.
그 비행기에 하필(!) 기장이 체슬리 슐렌버거로 미 공군 파일럿 출신, 비행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었다.
1973년부터 1980년까지 미공군 F-4 팬텀II 전투기 조종사로서 배트남전 참전
1980년 전역 후 퍼시픽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입사 여객기 조종
마지막으로 위에서 소개한 에어라인레이팅닷컴(AirlineRatings.com)에서 2016년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공사 15’를 보여드리며 마치도록 할께요. 아래에 같이 덧붙인 항공사 매출이나 수송승객 순위와 비교해보면 재미있어요. 라이언에어, 이지제트, 유나이티드항공 같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메이저급의 항공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좀처럼 피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죠. 사실 최근 사고 이전엔 에어아시아(AirAsia)도 최고의 저비용 항공사 1위로 선정되었었으니 말이죠.(^^;)